정의공 한문준(貞懿公 韓文俊 : ?∼명종 20년(1190))
고려 인종(仁宗), 의종(毅宗), 명종(明宗) 때의 문신으로 대흥군인(大興郡人(淸州管內) : 淸州人)이며 부(父)인 평장사 유충(平章事 惟忠)은 “우리 집을 일으킬 자는 반드시 문준(文俊)인 이 아이일 것이다”라고 하였다 인종조에 등제(登第)하여 재명(才名)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 때 바야흐로 외직(外職)을 중히 여겼으므로 장주(長州), 장흥(長興), 남원(南原)의 삼군부사(三郡副使)와 남경부유수(南京副留守)를 역임하여 백성에게 은혜를 끼친 정사(政事)를 하였으며 문인(門人)으로 오세재(吳世材)가 일찌기 시(詩)를 보내기를 “남으로 삼군(三郡)의 속(俗)을 소생시켰고 동으로 일주(一州)의 민(民)을 무수(撫綬)하였다”고 하니 세상 사람들이 실제를 기록한 것이라고 말하였다. 명종(明宗) 초에 대부경(大府柳)으로 제배(除拜)되고 명종 6년(1176)  8월 예부상서(禮部尙書) 이문택(李文鐸)이 지공거(知貢擧)가 되고 대부경 한문준이 동지공거(同知貢擧)가 되니 진사를 취하고 진간공(泰幹公) 등 30인과 명경(明經) 4인에게 급제를 사(賜)하였고 동 8년 6월 추밀원 부사(樞密院 副使) 한문준이 지공거가 되어 진사를 취하고 진광순(陳光徇) 등 30인과 명경 3인과 은사(恩賜) 4인에게 급제를 사하였다. 동 9년 7월 추밀원사 문극겸(文克謙)을 좌천시켜 상서좌복야(尙書左僕射)로 추밀원 부사 한문준을 좌천시켜 판사재시사(判司宰侍事)로 삼았다. 문극겸과 한문준은 다 왕이 심중하게 여기는 자이므로 송유인(宋有仁)이 미워하였다.
이보다 먼저 한문준이 한 무졸(武卒)의 직무에 대한 일로 편지를 보내어 송유인에게 부탁하고 또 친히 자신이 가서 청탁하였더니 송유인이 노하여 말하기를 “공은 추기대신(樞機大臣)으로서 사사로운 일을 가지고 집정관의 집을 찾아다니는 것은 공보(公輔)의 신망에 어그러짐이 있습니다”하였다. 또 우승선(右承宣), 문장필(文章弼)도 한문준이 체통을 잃은 것은 마땅히 죄 주는 것이 옳다 하였다. 드디어 9월에 문극겸 한문준을 배척해서 크게 인심을 잃어 조신(朝臣)들이 모두 바로 보지 아니하게 되자 장군 경대승(慶大升)이 정중부(鄭仲夫)와 그의 사위 송유인을 베어 죽였다. 동 10년 12월 한문준을 참지정사 태자소보(參知政事 太子少保), 다음 해 11월 보문각 태학사 판례부사(寶文間 太學士 判禮部事)로 삼았다. 동 12년 6월 정당문학(政堂文學) 한문준이 지공거(知貢擧)가 되어 진사를 취하고 허 징(許 徵) 등 30인과 명경(明經) 4인에게 급제를 사(賜)하니 이가 맡아 선발한 명사가 많았으니 사람들이 그의 감식(鑑識)을 탄복(歎服)하였다. 동 13년 12월 공을 판병부사(判兵部事)로 다음 해 12월 문하시랑 평장사 판리부사 (門下侍郞 平章事 判吏部事)로 삼았다. 동 15년 9월 평장사인 공이 태백성(太白星)의 이변(異變)으로 차자를 올려 거짓 관직에서 물러가기를 원하였으나 윤허하지 않았다. 12월에 왕이 산원동정(散員同正) 위초(尉貂)가 넙적다리 살을 베어서 그 아버지의 악질(惡疾)을 치료했다는 말을 듣고 재상(宰相)에게 명하여 포상(褒賞)을 의논하게 하니 공과 문극겸 등이 아뢰기를 “당나라 안풍현(安豊縣) 백성 이흥(李興)이 아버지가 악 질을 얻으니 이흥이 제손으로 넙적다리살을 베어 아버지에게 먹였으므로 문려(門閭)에 정표(旌表)하였습니다.
지금 위초는 글안(契丹)의 유종(遺種)으로서 글자도 알지 못하면서 능히 그 몸을 아끼지 않고 삼을 베어 아버지에게 먹이고 또 아버지가 죽자 무덤에서 3년 동안 여막(廬幕)을 지켜 효도를 다 하였으니 마땅히 옛날 전례(典禮)와 같이 문려에 정표하고 서책에 써서 뒷 세상에 전해보여야 할 것입니다”하니 그 말을 따랐다. 나이 70에 모든 일을 사절하고 집에 있으면서 고인운사(高人韻士)들과 시를 짓고 술을 마시는 것으로서 유유히 지내다가 명종(明宗) 20년(1190) 8월에 졸하니 3일동안 철조(輟朝 : 임금이 朝政을 폐함)하고 예장(禮葬)하였으며 정의(貞懿)라 증시(贈諡)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