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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일 2007-03-02 (금)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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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의 마지막 농부

서울특별시의 ‘마지막 농부’

 

너와지붕집 툇마루에 짚으로 감아 매단 메주가 가득하다. 논에는 1급수에만 산다는 가재가 헤엄친다. 뱀이 논두렁을 헤치고 두꺼비는 우악스럽게 울어댄다. 축사에는 소가 한가롭게 여물을 먹는다. 드넓은 곡창지대의 농가(農家)도, 강원도 산골마을도 아니다. 바로 ‘서울특별시’에서 14대째 농사를 짓고 있는 한만웅(63)씨네 집 풍경이다.

구로구 천왕동에 위치한 한씨네 집은 그의 9대조 할아버지가 심었다는 거대한 은행나무가 뒷언덕에 떡하니 버티고 있어 영락없는 시골집이다. 식수도 뒷산 웅덩이에 파이프를 연결해 거르지 않고 받아 먹는다. 하지만 이 ‘서울’ 농부는 시골 농부와 달리 외출할 때면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지하철 7호선 역을 이용하고, 광명시의 대형 할인점에서 장을 본다.

아침부터 축사(畜舍)의 소를 어루만지던 한씨는 “난 초등학교 때 소 풀 뜯기기 시작해서 50년 넘게 농사만 지어 왔다”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지금은 논 2500평을 포함해 모두 7000평을 아내 안금순(54)씨와 함께 일궈낸다. 7남매 중 장남인 그는 가축을 키우고 벼를 수확해 동생들 학비를 다 댔고, 2남2녀도 대학까지 공부시켰다.

 ▲ 서울특별시 구로구 천왕동에서 14대째 농사짓는 한만웅씨가 이른 아침부터 소에게 여물을 먹이고 있다.  

 

한씨 집안은 40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 왔고, 그의 증조할아버지 4형제가 모두 이 동네에서 농사를 짓기도 했다. 하지만 산업화의 물결은 매서웠다. 1960년대만 해도 구로구에는 개봉동, 오류동, 고척동 일대에 수백 가구의 농가가 있었지만 지금은 천왕동에만 한씨네를 포함해 10여 가구가 남았을 뿐이다. 친지들도 다 떠났다. 하지만 그는 “시내로 나갈 생각을 전혀 안 해봤어요. 평생 배운 게 농사일인데 딴 걸 할 수나 있겠어요?”라고 반문했다.

“내가 서울에서 농사꾼으로는 거의 마지막인 셈이죠. 구로에서 농사를 제일 크게 짓는다지만 1년 순익은 2000만원이 채 안돼요. 채소값이 70년대랑 똑같으니….”

14대에 걸쳐 내려온 한씨 집안의 농력(農歷)은 2~3년 안으로 종지부를 찍게 된다. 30년 넘게 유지되던 이 일대 개발제한이 해제됐고, 곧이어 한씨 땅에 영등포교도소가 이전하고 3000가구가 넘는 임대아파트가 들어선다는 계획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사실 한씨는 재력가다. 그의 농토는 공시지가가 평당 70만원선에 이른다. 여기에 1만평이 넘는 야산도 가지고 있어서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수십억 원의 보상을 받게 된다. 그의 말처럼 땅 팔아치우면 농사 안 짓고도 살 수는 있다. 하지만 그는 “송충이가 솔잎을 안 먹으면 무슨 재미로 살아요?”라고 묻는다.

평생 발에 흙 묻히고 살아온 한씨는 환경 걱정도 빠뜨리지 않는다. “서울에서 얼마 남지 않은 청정지역에 콘크리트가 깔린다고 생각하니 아찔해요. 아파트와 교도소라는 조합이 영 생뚱맞잖아요. 전원주택을 짓겠다면 이해는 하겠는데….”

그는 400년을 지켜온 땅을 내주고 시내로 들어가서 살아야 할 때가 왔다면서 숨을 고른다. 그러면서도 시골 어딘가에 농장을 하나 사서 죽을 때까지 땅을 고를 거라고 했다. 서울의 마지막 농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씨. 그는 자식 같은 소 14마리에게 여물을 주면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조선일보    글·사진=손진석기자 au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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